글로벌경제신문

창간6주년
2021.01.1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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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고령사회가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 생산 인력은 줄어들고 궁핍한 노년들은 소비를 줄인다. 정부의 사회보장비 지출은 증가한다. 경제는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진다. 끝내 우리 사회가 김빠진 맥주처럼 활력을 잃어버린다.

만약 고령사회가 이런 대재앙을 몰고 온다면 큰일이다. 고령화의 렌즈로 본 시장경제는 위기일까 기회일까? 사실 고령화는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 고령화라는 경로가 단순히 ‘늙어가는 사회’가 된다면 위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강하게 더 오래 사는 사회’가 된다면 분명히 기회다.

다시 시작하려는 6070세대

그렇다면 우리가 마주친 고령사회는 단순히 늙어가는 사회일까, 건강하고 활기차게 더 오래 사는 사회일까? 요즘 문화가 젊은이 위주다 보니 노년층에 주목하지 않고 있지만, 건강하고 부유한 6070세대들의 잠재력은 세상을 바꿀 기세다.

베이비부머의 대량퇴직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 신 중년세대들. 그들은 그냥 나이 들지 않고 노년기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과거의 ‘선형적 인생’을 ‘순환적 인생’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어렸을 때 배우고 성년이 되어 일한 후 나이 들어 죽는 것으로 끝내는 선형적 인생은 과거의 삶이다. 지금 그들은 열정적으로 일하고 난 뒤 다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순환적 인생을 원한다.

계속해서 자극 받는 삶, 의미 있고 목적이 있는 삶, 깨달음이 있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원하는 고령층이 늘어나고 있다. 더 건강하고 더 열정적인 고령층들이 노년기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우리 사회는 건강한 고령층의 삶의 방식 전환을 후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순환적 인생 설계를 지원하기 위한 제3기 인생대학과 같은 새로운 교육시장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저 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학을 살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고령사회에서 노년의 시간과 돈 그리고 열정을 투자하는 자원봉사 등 사회공헌 시장은 어떤가. 일하지 않는 것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노년층은 국가사회를 위해 기꺼이 자신들이 기여하기를 바란다. 인간의 행복은 개체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존재한다. 그래서 비영리단체와 활동가 커뮤니티는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보일 것이다.

실버세대의 다양한 시장 수요

신 중년 세대는 노인 취급 받는 것을 싫어하고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들은 소비시장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그냥 먹고 입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을 바꾼다.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어떤 상황을 경험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과거의 노년층과 달리 무엇보다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시도를 즐긴다.

정작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도 젊은이들보다 부모세대인 고령층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소비생활도 더 적극적이다. 그들은 젊었을 때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거나 오히려 더 나은 생활을 원한다. 배우고 즐기고 웃으며 살아가는 일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 그래서 고령화는 기존의 시장을 활성화시키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건강한 고령층은 재미와 여행, 웰니스(wellness; 건강한 삶을 뜻하는 웰빙, 행복, 건강의 합성어)를 추구한다. 재미는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행은 노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그리고 자기 계발과 자기 관리뿐 아니라 나이와 상관없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싶은 욕구는 웰니스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노인 친화적 주택의 건설과 개조 그리고 노년층을 위한 사회기반 시설 확보와 대중교통 체계 정비 등 노년층의 독립적인 삶을 지원하는 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고령화와 함께 영양 및 건강관리, 돌봄 서비스 시장이 활대 될 것이다.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서 건강과 웰빙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과 원격 의료서비스도 새롭게 발전 가능하다.

이제 우리는 고령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곱씹어보고 고령사회의 기회를 깨달아야 한다. 고령화는 기존의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또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고령화가 몰고 오는 어려운 것들을 해결하면서 새로운 시장의 성장에 주목하자.

행정학 박사/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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